남원시립국악단이 올해로 세 번째 광한루원에서 선보이는 창극 ‘광한루연가Ⅲ 열녀춘향’은 이제는 어엿한 남원 대표 공연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틀을 캔 전개방식으로 공연의 깊이를 더했다.
# 마당극의 형식으로 관객과 호흡
전반부를 생략하면서 생긴 가장 큰 고민은 “공연의 시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이번 작품의 프롤로그에서는 남원 고을 사람들이 “반갑소, 반갑소, 반갑소.” 흥겹게 인사하며 마당극의 형식을 빌려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남원을 소개하는 노랫말과 화려한 춤으로 관객과 호흡하며 첫 무대를 연다. 전반부가 생략된 상태에서 이야기가 갑자기 전개되는 느낌을 피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관객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또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향단과 방자가 등장해 춘향과 몽룡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전한다. 이때 선보이는 신파극의 익살스러운 변사 연기는 극에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 되살아난 해학과 풍자
이번 작품이 후반부의 이야기로 집중되면서 판소리 춘향가가 가지고 있는 숨은 재미가 들어나 해학과 풍자가 강화되었다. 어사가 되어 암행에 나선 이몽룡이 농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민초들의 재치 넘치는 입담과 이몽룡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서로 대결을 펼치는 듯 이어진다.
또한 ‘광한루연가Ⅲ 열녀 춘향’에는 그동안 이야기 전개상 생략되어 많은 관객들이 아쉬워했던 이몽룡의 시조가 살아나면서 부패한 권력을 시원하게 응징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금 술잔에 향기로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촛물 방울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백성 원성 드높더라.”
# 춘향과 몽룡이 처음 만난 ‘광한루원’의 美
우리나라 4대 누각으로 꼽히는 광한루의 원래 이름은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로 달나라의 궁전을 뜻한다. 하지만 광한루원은 소설 춘향전에서 이몽룡과 성춘향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곳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춘향과 몽룡의 이야기가 다시 태어난다.
#남원시립국악단의 저력
‘광한루연가Ⅲ 열녀춘향’은 문화관광부와 전라북도가 주최하는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13년 첫 해 국악뮤지컬 ‘가인춘향’은 누적관객 수 만 명을 돌파했고, 이어서 지난해 창극 ‘광한루연가 춘향’은 만 2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돼 남원을 대표하는 공연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저력은 남원시립국악단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원시립국악단의 뿌리는 1921년 일제 강점기 ‘남원 권번’에 있으며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다가 지난 1983년 시립국악원으로 공립화되었다. 현재는 민속음악, 퓨전국악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지만, 특히 춘향전의 배경 남원이라는 지역적인 특색에 맞게 20여 년 동안 매번 다른 창극 춘향전을 선보이면서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내공이 쌓였다.
올해에는 오는 5월 9일부터 10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광한루원에서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광한루연가Ⅲ 열녀춘향’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남원시립국악단에게도 기존의 전개 틀을 바꾼 이번 공연은 큰 도전이다. 진한 향기로 돌아온 창극 춘향전이 관객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원시립국악단 <광한루연가Ⅲ 열녀춘향>
일 시 : 5월 9일 ~ 10월 24일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장 소 : 광한루원 수중무대
관람료 : 5000원
문 의 : 남원시 문화관광과 063) 620-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