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뜨고' 유럽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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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뜨고' 유럽 '지고'
  • 투데이안
  • 승인 2010.06.2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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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변방으로 취급받던 아시아의 약진이 돋보인 가운데 유럽의 몰락이 눈에 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아시아 축구의 성장을 세계에 알렸다. 한국과 일본 모두 유럽, 아프리카의 강팀들을 상대로 대등하거나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아시아의 유럽'으로 일컬어지는 호주는 16강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아시아의 축구강국임을 입증했다.

44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북한은 포르투갈에 0-7로 대패하는 등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우승후보' 브라질에 2골만 내주는 짠물수비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뉴질랜드의 예상 밖 선전으로 오세아니아 축구 역시 새롭게 조명받을 기회를 잡았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강호들이 즐비한 유럽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남미와 세계 축구를 양분하던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는 과정임을 알렸다.

대표팀 주장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유럽 선수들은 월드컵 직전 시즌을 마쳤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본다. 남미, 아시아 같은 경우는 시즌 중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문제점이 없어 호성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미와 북중미는 기복 없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큰 기대를 모았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실망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조별리그에서 무더기 탈락했다. 가나만이 자존심을 지켰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한일 동반 16강 진출

아시아의 맹주를 자칭하던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모두 원정 첫 16강이다.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4개국 중 2개국이 16강에 오른 것이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리스, 나이지리아전에서 선전하며 16강 티켓을 땄다. 일본은 카메룬, 덴마크를 완파해 2승으로 16강에 오르는 깜짝 쇼를 벌였다.

2002한일월드컵을 개최하기 전만 해도 아시아 축구는 확실한 변방이었다. 2002대회에서 한국은 4강, 일본은 16강의 월드컵 최고 성적을 냈지만 세계의 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홈 이점을 안고 거둔 성적이라며 깎아내리기 바빴다. 그러나 남아공대회에서 눈에 띄는 경기력으로 불신을 잠재웠다.

해외파 특히 유럽에서 활약 중인 주요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혼다 게이스케(24. CSKA모스크바)의 경우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혼다는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환상적인 무회전 프리킥 골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은 우루과이, 일본은 파라과이와 16강에서 만난다. 대진이 나쁘지 않아 아시아 축구의 돌풍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불허전' 남미 축구

남미 대륙을 대표해 월드컵에 나선 5개국이 모두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우루과이, 칠레, 파라과이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월드컵 본선보다 남미 지역예선을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유럽의 부진이 두드러져 세계 축구를 양분한 남미의 호성적이 더욱 눈에 띈다.

현란한 개인기와 창의적인 축구가 장점인 남미 축구는 조직력에서도 안정감을 보여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의 카카(28. 레알 마드리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3. 바르셀로나),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3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은 남아공월드컵을 빛내고 있는 대표적인 남미 선수들이다.

▲이변의 희생양은? '유럽'

유럽의 몰락은 단연 이번 월드컵의 최대 화두다.

전통의 강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고 독일, 스페인은 예상치 않은 패배를 맛보며 힘겹게 16강에 진출했다. 예전과 같은 위세를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2006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만난 팀들로 나란히 16강 진출에 실패해 수모를 당했다.

프랑스는 니콜라스 아넬카(31. 첼시)의 불손한 행동으로 자중지란에 빠져 팀 자체가 와해됐고 이탈리아는 세대교체 실패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잉글랜드 역시 스타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며 우여곡절 끝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독일과 스페인은 몇 수 아래로 평가받던 세르비아와 스위스에 각각 일격을 당해 이변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비상한 그리스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벽을 넘지 못해 탈락했다.

덴마크 역시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으로 일본에 완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건재함을 과시한 네덜란드와 죽음의 조를 뚫고 16강에 오른 포르투갈 정도가 어렵사리 유럽의 체면을 살렸다.

▲'홈 이점 못 살렸다' 아프리카 몰락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대륙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를 대표한 6개국 중 유일하게 가나만 16강에 진출했다.

월드컵 개막 이전만 해도 역대 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번에는 4강을 넘어 우승까지 넘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상대팀들과의 전력 차와 불운 등으로 인해 4강은커녕 16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개최국 남아공은 월드컵의 오랜 전통인 '개최국=조별리그 통과' 공식마저 깼다.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등 전통적인 아프리카 강호들의 탈락이 유난히 눈에 띈 대회였다.

▲북중미 '어엿한 강호'…오세아니아 '변방 아니다'

항상 2% 부족한 아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축구에 어깨를 나란히 해 미국-멕시코로 이어지는 북중미 라인이 위력적이다.

북중미에선 미국과 멕시코가 나란히 16강에 올랐다.

미국은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제치며 C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멕시코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를 무참히 짓밟았다.

온두라스는 주전들의 부상 속에 고전했다.

오세아니아를 대표한 뉴질랜드는 1982스페인월드컵에서 3전 전패를 당한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8위에 불과한 뉴질랜드는 F조에서 슬로바키아, 파라과이, 이탈리아와 한 조에 묶여 고전이 예상됐지만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3무를 기록했다. 아쉽게 16강행은 좌절됐지만 단연 돋보이는 팀이었다.

심지어 2무1패로 최악의 부진을 보인 '디펜딩챔피언' 이탈리아를 제치고 조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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