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열(방누수 교수)의 독서경영]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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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열(방누수 교수)의 독서경영]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 투데이안
  • 승인 2010.06.2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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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vs 마케터

알 리스. 로라 리스 지음, 최기철. 이장우 옮김, 흐름출판, 2010. 4. 8

마케팅. 흔한 말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

마케팅.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이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학의 마케팅 관련 과목을 보면 일반적으로 ‘마케팅개론’, ‘마케팅관리’, ‘소비자행동론’, ‘시장조사’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국내의 중소기업 컨설팅 자격증인 경영지도사 자격증시험과목에도 앞의 네 개 과목이 모두 들어가 있다.

다만 자격증 이름이 [판매관리분야] 자격증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즉 경영지도사 중에서 기업의 판매관리, 촉진을 컨설팅하는 자격증이란 의미다.

마케팅에 대한 오해 두 가지

마케팅을 얘기할 때 자주 접하는 오해가 있는데 하나는 경영지도사 자격증이름처럼 판매와 마케팅을 동일 시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경영과 마케팅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첫 번째는 기업에서 판매와 직결된 부분이 마케팅 밖에 없다보니 생기는 오해 같고, 두 번째는 마케팅의 적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중요성이 커지다보니, 특히 마케팅관리라는 부분을 경영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다보니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물론 필자도 ‘마케팅은 판매를 도와주는 분야’이란 말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기업의 존재가치는 수익에 달려있고, 수익은 바로 해당기업의 상품, 서비스 판매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판매가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게 마케팅이고, 이것이 기업의 핵심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육해공군의 역할과 목표가 다르고 그들이 지켜야 할 고지가 다르듯이 마케팅과 판매는 목적하는 바와 달성해야 할 고지가 다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판매는 마케팅활동의 결과이지, 판매 그 자체가 마케팅의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혼동하는 순간, 마케팅은 단순한 판촉활동과 진배없게 된다.

간단히 표현하는 기발난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치고 빠지는 활동 말이다. 광고, 홍보, 판촉, 이벤트가 마케팅의 전부인가? 기발난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우수한 마케터인가?

하지만 아직도 사원채용공고에서 영업사원 모집공고를 ‘마케팅’담당자를 뽑는다고 표현한 것을 자주 보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국가자격시험에서조차 마케팅과 판매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자주 발견한다.

경영과 마케팅의 시각차이. 현실과 인식문제

이 책 [경영자 vs 마케터]의 주제처럼 경영과 마케팅 간에도 시각 차이가 있는데, 경영이란 시장 현실에 초점을 두고 기업성장을 목적으로 한 활동이지만, 마케팅은 기업성장에 필요한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 경영처럼 성장 그 자체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이 바라보는 고지는 장부상에 올라오는 매출결과가 아니라.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즉 마케팅의 목표는 ‘소비자의 인식’으로 소비자가 내 상품을 무엇으로, 어떤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어떻게 생각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둔 활동이다.

단순한 차이 같지만, 이런 마케팅의 본질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마케팅에 대한 이해 정도는 큰 폭으로 달라진다.

한 예를 들어보자. 소비자는 누구나 싼 것보다는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 인식한다. 그렇기에 내 상품이 경쟁사 상품보다 이유 없이 가격이 싸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그 상품을 덜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많다.

결국 좋은 상품이란, 질적인 차원을 떠나, 유사한 기능을 가진 상품 중에서 다른 상품보다 더 비싼 비용을 치르고라도 사겠다는 상품이다.

따라서 마케터는 가격정책에 무척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웬만해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쉽게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드카를 보자. 무색, 무미, 무취를 특징으로 하는 술인 보드카에도 일반보드카, 프리미엄보드카, 수퍼프리미엄보드카가 존재한다.

왜 그럴까? 특별히 맛이나 냄새에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술인데도 말이다.

프리미엄보드카는 많이 알려진 엡솔루트, 수퍼급의 보드카는 그레이구스인데 엡솔루트는 일반보드카보다 50% 더 비싸고, 그레이구스는 엡솔루트보다 60% 정도 더 비싸다.

반면에 경영자의 시각, 즉 기업을 성장시키고 매출을 높이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을 건드려 기업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가격인하, 저가개발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경영자에게 가격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소비자의 인식 문제는 그 다음 문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치상으로 나타난 매출액이며, 시장점유율이니까 말이다.

요즘 ‘공짜마케팅’이란 게 마케터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이런 상황에 기인한 바 크다.

 ‘주려면 아예 공짜로(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상처주지 않기 위해), 돈을 받으려면 제 값 다 받고(상품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고,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란 의식이다.

마케팅의 전제. 사람들은 많은 것을 한꺼번에 인식하지 못한다.

소비자의 인식을 목표로 삼는 마케팅. 여기에는 태생적으로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사람은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터에게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인식을 뛰어넘지 않는,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룩해야 하며, 동시에 많은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스 고딘의 ‘소비자가 지금 원하는 것을 찾아 나이스하게 해결하라’는 말과 유사한 의미다.

따라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기업이 전하고 싶은 말을 소비자에게 구구절절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기억해야 할 한두 마디를 그들 머릿속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말대로 ‘기업은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말고,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 상품은 바로 이런 상품이다’라고 소비자가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게 만들라는 말이다.

경영자야 당연히 자기 자랑을 침 튀기며 구구절절 얘기하고 싶겠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그것들을 듣고자 하지도 않고, 설사 들었다 해도 기억하지 못한다.

도리어 말과 말, 단어와 단어에 파묻혀 내가 하고 싶은 한 마디조차 스쳐지나갈 뿐이다. “우리 상품은요...”하면서 20~30분 동안 떠들어봐라. 그 말을 듣고 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이 말이 어려우면 실제 당신에게 스스로 물어보자. ‘신라면’은 어떤 라면인가? ‘코카콜라’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이게 펩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당신은 왜 미스터피자를 안 가고 피자헛에 가는가?

아마도 당신은 이 질문에 대해 한두 마디로 대답할 것이다. 당신이 구입한 상품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게 어떤 원료로 만들었는지, 만드는 과정은 어떠하며, 그런 결과로 타 상품과 분명히 다른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산다. 왜?

경영적인 시각의 오류. 질 좋은 상품이 잘 팔린다.

경영자들이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잘 팔리는 상품은 질 좋은 상품이란 착각이다. 품질이 우수하면 좋은 상품이고, 잘 팔리는 상품은 그만큼 품질이 우수한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그런가?

그럼 또 한 번 물어보자. 앞에서 말한 예를 들어 당신이 코카콜라는 좋아한다고 해서 코카콜라가 펩시콜라보다 객관적으로 더 우수한 상품인가? 피자헛을 자주 찾아간다고 해서 피자헛의 피자가 미스터피자의 피자보다 더 나은 피자인가? 삼성전자의 노트북을 쓴다고 해서 그것이 LG노트북보다 질적으로 우수한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당신은 다른 상품을 다 써보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상품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시장에 나온 수많은 상품들을 일일이 확인해 보고 결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머릿속에는 상품들에 대한 등급이 매겨져 있고, 그것에 따라 당신은 상품을 선호하고, 구입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을 결정하게 한 최고의 요인은 무엇인가?

그렇다. 바로 당신 머릿속에 든 상품에 대한 인식이며, 당신이 평소 갖고 있는 가치기준, 조금 나쁘게 말하면 상품에 대한 편견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편견(인식)을 소비자 마음속에 심어주는 일을 하는 게 마케터이며, 그 분야가 바로 마케팅이다.

성공한 브랜드 하나면 만사형통인가? 페이튼의 참패

또 하나 경영자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자신의 브랜드를 과신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브랜드가 자리 잡으면 그 브랜드를 활용해 이것저것을 다 갖다 붙이려고 한다.

물론 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하나 키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한 상품에 하나의 브랜드만 기억한다.

성공한 음료브랜드를 의복브랜드에 붙이는 순간 그 브랜드 가치는 반쪽짜리가 된다. ‘제록스’브랜드로 컴퓨터를 만들면, ‘코닥’브랜드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면 소비자들이 환호할 것 같은가.

이미 실패한 브랜드전략이라고 자타가 인정한 사례다.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큰소리치는 대기업들도 외국으로 나갈 때는 단일회사브랜드로 시작한다.

외국에서 00그룹 어쩌고 했다가는 아마도...

브랜드 확장으로 인해 손실을 본 사례 중에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실패한 폭스바겐이 있다.

대형차속에서 조그마한 차 한대가 질주함으로써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폭스바겐.

그 회사가 어느 날 ‘페이튼’이라는 대형차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차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은 무척 좋았다.

그러나 결과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3,354대밖에 팔지 못했다.

물론 당시 폭스바겐 경영진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미국의 저가 승용차시장이 한국, 일본차에 잠식당하고, 게다가 중국브랜드 차마저 진입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윤을 줄고 시장점유율도 문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 경영진들은 저가승용차 시장에 경쟁자가 많으니 이윤 폭이 큰 대형승용차로 경쟁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폭스바겐’이란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많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믿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폭스바겐에 대한 인식은 소형차, 조그맣지만 튼튼한 차, 대형차들 속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당당한 차라고 생각했기에 폭스바겐이란 브랜드를 붙인 대형차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도리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도대체 폭스바겐은 뭐지?’ 폭스바겐에서 대형차를 만들어주길 기다렸던 사람도 없고, 게다가 그 시장에는 이미 다른 차들도 많이 있지 않았는가?

소울(Soul)은 튼튼한 차로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상황을 한번 보자. 폭스바겐과 유사한 내용이 하나 있다.

기아자동차의 소울(Soul)이다. 이 차는 출시 때부터 디자인과 개인화라는 개념을 강조한, 작지만 예쁜 차, 나만의 개성을 한껏 살릴 수 있는 독특한 차라는 컨셉을 중점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여기에 ‘안전하다’는 컨셉이 하나 더 붙기 시작했다. 즉 ‘소울은 예쁘기만 한 차가 아니라 튼튼하기까지 한 차다’라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소형차는 대형차보다 튼튼하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기에 소형차지만 중대형차 못지않게 튼튼하다면 그만큼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이다. 소울을 사는 사람들이 튼튼한 차를 원하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예쁜 차라는 개념과 개성을 살린 차라는 의식과 튼튼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여지는가? 아마도 귀엽고 앙증맞으면서도 튼튼한 것을 찾으라면 ‘아톰’이란 로봇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만화 상에서만. 게다가 튼튼한 차라는 시장카테고리에는 이미 다른 차들이 소비자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기아의 개발부서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기아자동차 마케팅 관련부서에서 시장조사자료를 봤다. 그때 소울에 대한 평가를 보니

디자인이 예쁘다. “와우~”.

차모양이 무척 독특하다. ‘으쓱~~’.

소형차이면서도 작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 누가 만들었는데!!’.

근데 차가 약하지 않을까? ‘윽----’

그때부터 개발부서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의를 시작해서 여러 얘기가 오고 갔다.

“그럼 이 점을 개선해야 하는 건가?”

“아냐. 이미 튼튼한 차인데 다시 차를 손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여기서 더 튼튼하게 만들면 차가 무거워지면 안 되고.”

“그럼 우리 광고를 통해 알리자. 이제 소울이 예쁜 차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으니까 단계별로 컨셉을 확장시키지 뭐.”

만장일치로 찬성~~~~

뭐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나도 신규 사업을 담당했을 때 흔히 벌어지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소울의 컨셉을 확장시키려 하는 순간 기존에 디자인을 강조했던 분위기는 맥이 풀려버린다.

모든 개발부서 직원들이 ‘튼튼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만 찾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경쟁사가 갑자기 ‘내가 정말 예쁜 차야’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 소울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디자인 컨셉의 차, 나만의 차’라는 카테고리에서 밀려나기 시작할 것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 중에서는 소울보다 예쁜 차를 만들 회사는 없고, 외국 자동차는 조그마한 이 땅에 들어오지 않으리라는 기아자동차의 과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글쎄....

마케팅의 본질로 돌아갈 시기다.

개인화, 감성, 본능, 창조, 오른쪽 뇌, 꿈과 같은 단어들이 일상화된 요즘. 이제 시장은 소비자가 결정한다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가 만들어 간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상품에 대한 인식이 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디자인경영이란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제 창의성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도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의 인식’. 즉 쉽게 고치지지 않는 소비자의 편견을 찾아 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동시에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기업은 승리할 것이고, 현실적인 수치만을 바라보며 성장과 매출 지상주의로 움직이는 기업은 저물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상황의 중심에 ‘마케팅’이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마케팅이 목표로 한 고지가 많이 퇴색된 것 같다.

마케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자의 의식을 다루는 분야라는 말의 의미 말이다. 오래 전에 나온 ‘마케팅 불변의 법칙(잭 트라우트, 알리스 지음)’에 나온 말이다.

“마케팅의 세계에서 최고의 상품이란 없다. 소비자나 고객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인식이 바로 실체다.” /방누수 예원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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