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1주기]"아들은 아직 제 심장속에 살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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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1주기]"아들은 아직 제 심장속에 살아 있어요"
  • 투데이안
  • 승인 2011.03.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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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평 남짓한 비좁은 가게. 언제 닦았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구두 위엔 먼지가 수북했다. 초라한 구둣방엔 낡은 소파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토닥토닥' 구두 제작 소리가 끊이지 않던 구둣방은 흐릿한 형광등 불빛아래 적막만 흘렀다.

언제부턴가 구두 제작에 손을 뗀 60대 한 아버지는 좁은 가게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의 망치소리는 1년 전에 멈췄다. 30여 년을 오롯이 지켜온, 삶의 전부나 다름없는 구두 제작 작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당뇨에 합병증을 앓고 있던 이 아버지는 1년 전 '그 사건'이 있은 뒤론 마음마저 고장이 난 듯했다. 급기야 신부전증이라는 진단까지 받아 혈액투석 없이는 일상 생활마저 힘들게 됐다.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져 지체장애 3급을 받은 아내 역시 '그날'의 충격으로 손발이 마비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잊으라고했지만 그렇게 되질 않습니다. 아들이 꼭 다시 찾아올 것만같아 한밤 중에도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자식잃은 슬픔에 잠겨있는 그는 자신이 평생을 지켜온 가게 문을 닫고 일을 쉬는 날이 부쩍 늘었다.

"열흘 전에도 '그곳'에 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립고, 더 생각이 나 아무도 없는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한쪽 눈이 실명한 듯 보이지 않고 지병으로 걷기도 힘들지만, 열흘이 멀다하고 대전 현충원을 찾고 있는 남씨는 1년 전부터 그곳을 벌써 수십 번이나 찾아갔다.

"연평도 사건이 터졌을 때 '그때' 일이 다시 떠올라 몸서리쳤습니다. 나같은 사람이 또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에 의젓하기만 했던 아들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지요…"

연평도 피격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들같은 억울한 희생이 다시 생겨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3월26일 서해 백령도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안타깝게 순직한 고 남기훈(36) 상사의 아버지인 남정우(64)씨는 듬직하기만 했던 남 상사를 떠나보낸 뒤 1년이 다 되도록 그날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슬픔에 젖어 지내고 있었다.

고 남 상사는 지난 1990년 전라중학교를 졸업하고 1993년 삼례공고 전기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4년 해군 부사관 149기 하사로 임관했다.
 
오는 26일 오후 6시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에서는 천안함 1주기를 맞아 고 남 상사의 유가족과 시민, 보훈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추모 촛불문화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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