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산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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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 산으로 가나?
  • 투데이안
  • 승인 2011.04.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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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주민의 손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취지와 달리 정치싸움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서명활동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가 하면 한쪽은 참정권 침해 우려가 있는 주민투표 조례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는 등 불법과 위법 의혹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10일 제안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골자로 한 조례안을 강행하자 오 시장의 던진 정치적 승부수였다.

하지만 오 시장은 1월18일 이를 무기한 연기하고 대법원에 무상급식 조례안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감정적 대립을 지양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 파급력을 우려한 내부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민투표는 보수성향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가 물려받아 시의회가 아닌 지자체장에게 직접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이를 위해 7월말까지 서울 전체 청구권자 836만명 중 41만8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8월에는 명부를 제출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명자가 12만5000여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서명 증가세를 공개해 성사 여부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키고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강희용 시의원이 같은날 한나라당 박진 국회의원이 지역구 시·구의원에게 서명 참여인원을 확보를 독려하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불법·탈법이라는 역풍을 맞게 됐다.

강 시의원은 "공무원인 국회의원의 주민투표 관여는 불법"이라면서 "다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오시장과 만나 서명운동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단체가 1일 국민운동본부에서 제외됐다. 법정 지원금을 받는 단체들이 정치활동을 한다는 비난 때문이다. 해당 단체들은 '주민의 손'을 빙자한 '서울시의 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확보된 서명을 두고 주민들의 민의가 반영된 것이라기보다는 한나라당의 조직 동원 능력과 기획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참정권 침해 등 위법 논란에도 잇따라 발의한 주민투표 조례개정안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김연선 시의원 등 24명이 시의회가 예산을 심의·의결해 사업의 시행시기와 지원범위, 지원방법 등을 확정한 주요 사항은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주민투표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대표발의자인 김 의원은 현행 법령이 지방의회가 예산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한 사업도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주민투표를 가능토록 해 지방의회의 권한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서울시는 물론 15개 타 시·도에서도 이처럼 주민투표에 대한 의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조례에 담은 경우가 없는 상태다.

역풍이 사라지기도 전에 김광수 시의원 등 민주당 시의원 14명은 주민투표 서명을 받을 때 개인 연락처 기재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 주민투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청구인 서명부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기재하도록 한 현 조례에 휴대폰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을 추가로 넣고, 서명부 열람 기간에 서명인수의 5% 이상에게 자신이 서명했는지 여부를 확인토록 하자는 게 개정안의 주된 내용이다.

지난달 발의된 두 조례 개정안은 주민투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의회 권한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질은 무상급식 투표 제동 걸기라는 비판이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시민의 손으로 진행 중인 서명운동을 중단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라며 "입법권을 남용해 시민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내 고참급인 A의원은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양측이)뻔한 속내를 감출 수는 없다"며 "협상과 타협의 설자리가 사라진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시의회 안팎에서는 4월 임시의회를 앞두고 대타협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실제 양측이 대립하고 있는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정 정상화가 최우선적인 화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사이에 두고 불어지는 각종 불협화음이 좁혀진 사이를 되레 넓혀가고 있는 현 상황은 서울시와 시의회 양측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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