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의 단상
상태바
교도관의 단상
  • 전주교도소 보안과 주무관 안상현
  • 승인 2013.02.06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보란 듯이 살겠다던 모 수용자가 출소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들어왔다. 가족이 버젓이 있고 생계가 어려운 것도 아니기에 실망은 더 크다. 교도관의 노래 가사처럼-

‘죄 있다 버리지 않고 이끌어가며 때 묻은 손길 씻어주려고’최선을 다했건만 수용자 교화는 말 그대로 굽은 나무 펴기보다 어려운 것인가 보다. 왜 범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느냐고 물으니 수용자가 답을 한다. “교도관님! 저 반평생을 징역 살았는데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법집행이 약해서 그래요. 교도소도 너무 편하구요. 차라리 정신 좀 차리게 예전처럼 엄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법집행이 무력해지면 재범의 욕구는 커지게 되며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아울러 엄정한 법집행이 선결되지 않는다면 교정?교화 및 성공적인 사회복귀도 불가하다. 교도소도 사람 사는 곳이니 만큼 의도적인 차별과 불편함은 없어야겠지만 법을 지키는 것의 가치를 깨닫고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지는 희망설계공간으로서의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교도소 내 관규(官規)를 지키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에 상응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엄정한 법집행과 수용질서 확립이 마치 수용자의 기본 인권을 침해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부류, 혹은 수용자 인권신장과 법집행의 강도는 상호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부류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상당한 것 같다. 교정공무원으로서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엄정한 법집행은 범죄율을 낮추는 데 있어 필요조건이지만 결코 그 자체로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심리치료와 인성교육도 병행되어야 하며 때로는 따뜻한 격려도 필요하다. 종교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우리 사회 각계각층이 같이 움직이고 같이 노력해야만 범죄발생률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08년 기준으로 연간 158조라고 한다. 5년 전 수치이니 지금은 훨씬 많아졌을 것이다. 범죄율이 10퍼센트만 낮아지면 15조 8천억의 예산이 절약된다는 얘기다. 15조 8천억으로 못할 일이 없다.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어 이를 복지예산과 소외계층 지원비로 쓰게 된다면 자연스레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는 높아질 수 있다.

 허나 안타깝게도 지난 대선에서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 후보가 없었다. 형사사법체계 중 최종 단계로서 가장 중요한 법집행 및 수용자 교화에 국가적 지원을 증대하겠다고 약속한 후보도 없었다. 경찰서와 소방서를 방문한 후보는 있었지만 구치소와 교도소를 방문한 후보는 없었다. 2017년에는 교도소를 방문하여 새롭게 변화되어 바른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모범수들과 혼신의 힘을 다하여 국가가 부여한 성직(聖職)을 완수해내고 있는 교도관들을 격려할 수 있는 대선후보가 나오기를 고대해본다.

 

 수용자가 24시간 생활하는 수용동 관리 업무를 하면서 부쩍 책을 사는 일이 많아졌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좋은 구절을 발췌하여  나눠주기 위해서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남에게 봉사하고 베풀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도 가끔 들려준다. 그리곤 희망을 심어준다. “당신도 그리 살 수 있고 아직 늦지 않았다.”제복을 입고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지만 나 역시 많이 깨닫고 배우게 된다. 오늘따라 교도관의 길을 걷고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