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잃어버린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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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잃어버린 사회
  • 이호재 고문
  • 승인 2013.09.1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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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시대를 불신의 시대라고 부른다. 피차에 신의가 없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를 않기 때문에 일도 제대로 안되며 언제나 구름이 낀 날씨 같아서 개인의 얼굴에는 기쁜 빛이 없고 그러한 사람들이 모인 사회라 명랑한 인상을 주지 못하니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국민은 지쳐 있는데 하기야 철두철미 정직한 사회가 이 지구상 어디에 존재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정도의 문제다. 이른바 선진사회라는 데는 조금만 의혹이 나타나도 여론의 힘이 그 배후를 대개 파 해치게 마련이지마는, 우리처럼 상하 좌우가 얽히고 또 얽혀서 도저히 풀어 볼 길이 없는 사회는, 그런 생리가 몸에 배어 사람 사는 세상은 으레 이런 모양이다 하고 체념해 버리기 때문에 그 의혹이 점점 더 짙은 안개 속에 파묻혀 서로 불신의 풍조가 날이 갈수록 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명랑한 사회란 흑막이 없는 사회다.

의혹이 없는 사회란 서로 신뢰하는 사회다. 그런데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를 않는다. 왜 피차에 믿지 못하는가? 우리는 오늘날 사회적 현실에서 지성의 비극과 행동의 빈곤을 수없이 본다. 정말 피차에 믿을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는가? ‘불신’이라는 고질이 너무나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지성을 일컬어서 “진리와 허위를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지성은 밝은 눈에 비유할 수 있고, 총명한 머리에 견 줄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걸친 모든 지도층이란 ‘이성(理性)’을 발휘하는 지성인들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생활주변에서 ‘저항하는 지성’보다도 ‘아부하는 지성’이 너무나 많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민주공화국이라는 칭호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말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원칙 위에 세원진 나라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주인이 국민이며, 그 국민들이 나라를 운영하며, 그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정치권이, 공직자가 바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지도층에 속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국민은 지처가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일반대중의 거리가 부쩍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을 아니 가질 수 없다. 지도층마다 명랑한 사회, 신뢰의 사회를 건설한다고 내세우면서도 소통 없는 갈등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하는 사회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신뢰하는 사회를 실현하려면 그 바탕에, 개개인의 정직이라는 것이 우선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야 되리라고 믿는다.

인도의 성자 간디 무덤 앞에 새겨진 글귀를 보면, 첫째 원칙 없는 정치, 둘째 노동 없는 부(富), 셋째 양심 없는 쾌락, 넷째 인격 없는 교육, 다섯째 도덕 없는 상업, 여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 일곱째 희생 없는 종교 등을 일깨우는 비석이 서 있다. 그는 생전에 “정직이란 방책이 아니라 당위”라고 강조 했다. 검은 것을 검다고 하고, 흰 것은 희다고 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사회가 요즘의 우리의 사회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정직하다는 것이 본래는 지극히 쉽고 간단한 일이어야만 할 터인데, 어째서 이처럼 힘들고 또 용기 없이 유지하지 못하는 미덕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른바 민주한국의 본질적인 성격을 감안 할 때 역시 정직한 사회실현의 책임을 정당의 지도자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한 정당을 운영하는 인물들의 과반수가 국민들의 눈에 정직하고 믿을 만한 지도자로 인정될 때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믿을 만한 사회로의 움직임이 활발해 지리라고 믿는다. 정직한 사람은 결국 못살게 된다는 우리들의 통속적인 관념이 속히 시정되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타개할 길이 없다. 큰 힘을 가진 자가 겸손한 태도로 양보하여 머리를 숙이는 것은 하나의 미덕이다.

그러나 약한 자가 힘이 없어 머리를 숙이는 것도 비굴하고 추악해 보인다. 위부터 정직에 힘쓰라 이제 우리도 성숙한 신뢰사회를 보여줄 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불신을 고치는 약이 단 한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위에서부터 철저하게 정직하기에 힘쓰면 된다. 그것만이 흑막 없는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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