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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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깨어있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4.01.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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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등학교가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을 취소했다. 이른바 보수 학자들이 만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0%대에 머무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우파세력이 벌인 ‘역사 교과서 투쟁’이 민심의 상식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재학생과 학부모, 졸업생과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힌 결과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투명하지 못한 역사교과서 채택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던 대다수의 학교에서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한 나라의 역사교과서가 지녀야할 최소한의 사실관계 왜곡이나, 제국주의 힘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내용은 상식이하로 교과서로서 함량미달이라 할 수 있다.
잘못된 역사교과서를 아이들이 배운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미래를 어둡게 한다.
친일과 군사독재를 미화하고 숱한 오류 논란에 시달린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채 몰락한 셈이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의 생각이 겹친다. 우선 상층의 일방적인 결정이 그대로 관철되는 시기가 분명히 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과 시민들의 권리의식의 그 만큼 성장해 있음이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지난 수 십 년간 피땀 어린 노력 속에 지켜온 민주주의가 삶의 현장 곳곳에서 위기에 봉착하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민주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여의도를 넘어 삶의 현장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어디 교과서 문제뿐일까? 국민 대다수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KTX민영화 논란, 의료민영화 시도 등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과 공공성에 대한 위협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해를 넘기고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국가기관의 대통령선거 개입 논란, 밀양의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 기초노령연금 후퇴, 경제민주화 공약 실종 등 선거공약의 후퇴 문제까지. 우리 삶의 곳곳에서 위협이 진행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통합은 고사하고 양산되는 진영논리 속에 갈등만이 증폭되고 있다.
2014년 갑오년 새해를 맞아, 120년 전 1894년의 갑오년 구한말의 한반도 정세와 현재의 정세를 비교하는 말들이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120년 전 한반도는 내적으로는 봉건제의 통치방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민초들의 개혁요구가 분출했고, 외적으로는 러시아, 청, 일본 등 열강들의 한반도 진출이 노골화되는 시기였다. 이런 국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통합의 리더십은 발휘되지 않았고, 개혁파와 수구파들의 갈등은 지속됐고 결국 국권을 빼앗기는 상황에 이르고야 말았다.
2014년 한반도의 상황은 어떠한가? 미·일동맹에 기초해서 동아시아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과 평화헌법의 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노골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아베정권, 거기에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서두르는 중국,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김정은 정권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적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오늘도 ‘종북타파’, ‘경쟁과 효율의 시장만세’ 등의 진영논리만을 반복적으로 생산해 내고 있는 종편방송이 음식점과 공공의 장소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는 현실, 사실에 대한 검증보다는 진영논리를 앞세워 ‘팩트’조차 마사지되고 있는 현실. 그런 현실의 답답함이 영화 ‘변호인’의 흥행몰이로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의 뜻을 새긴다면, 결국 깨어있는 국민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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